2010년 3월 8일 월요일

자본독재와 전자감시

자본독재와 전자감시

<1984년>은 소련이 해체되기 전, 스탈린 체제의 소련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소설이다. 그러나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20세기를 풍미했던 공산주의 체제는 사실상 붕괴되었다.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에 맞서 승리를 거두웠다. <2084년>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일어나는 개인에 대한 감시와 독재에 대한 소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84년, 세계는 같은 공용어와 화폐를 쓰는 거대한 연방국가가 통치하고 있다. 이 사회의 국민 각각은 사회등록번호와 유전자 정보가 담겨있고 신분증 역할을 하는 하나의 모바일 폰을 할당받는다. 국가기관은 국민 하나하나의 위치와 통화내역을 감시할 수 있다. 이 사회에선 개인의 정치적 발언에 의해 비밀경찰에 끌려가거나 어느날 증발하는 일은 없다. 다만 일자리를 잃고 사회적 공공재(치안, 의료, 통신 등)을 이용할 권한을 박탈당할 뿐이다. 이 사회에서 노동자나 신체기관, 혹은 투표권까지 모든 물건은 거래가 가능하다. 사회는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의회는 투표권을 다량으로 사들인 소수의 부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의 활동은 제한된다. 현금이 폐지되고 모든 수입과 지출, 거래는 기록에 남는다.

이 사회에서 개인의 사적 활동은 전자기기에 의해 심하게 감시당하고 있다. 개인의 모든 거래내역과 위치, 통화내역은 물론, 패킷감청을 통해 인터넷 사용까지 감시받는다. 모든 종류의 사회활동에서 신분증명을 의해 항상 13자리의 사회등록번호를 요구받는다. 특히, 전과자에게 전자발찌 착용을 의무화하여 그들의 위치와 대화 등을 국가기관에서 상시 확인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신분조회가 불가능한 사람은 외딴 수용소에 무기한 감금해 심문한다.

조지 오웰의 <1984년>은 현대에 들어서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텍스트로 읽히기도 하지만, 오웰은 죽을 때까지 자신을 사회주의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전체주의에 대해 생리적 혐오감을 가지고 있던 그는 파시즘을 비판하며 민주적 사회주의를 주창했다. <1984년>의 주인공은 결국 전체주의적 사회에 굴복하고 소설은 비관적으로 끝나고 만다. 그러나 일기를 통해 오세아니아 사회를 고발하던 윈스턴은(그리고 오웰은) <2084년>에는 더 나은 사회가 도래하기를 꿈꾸지 않았을까? 그래서 나는 <2084년>을 평범한 사람, 프롤들의 승리로 끝맺고 싶다. <정구영>

댓글 7개:

  1. 수강정정기간에 정보기술과 사회 수강정원이 늘어났길래 재빨리 등록하고 보니까 과제가 있지 뭡니까. 분명 <1984년>을 이미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읽은 적이 없었네요.(고전이 다 그런가요?) 재빨리 읽느라고 혼났습니다.

    답글삭제
  2. ???

    사회는 민주주의를 겉으로만 표방하고 있으므로
    과학적 발달을 제외하면
    <1984년>과 무엇이 다른 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잉

    답글삭제
  3. 국가에서 인간을 통제하는 기술이 '1984'보다는

    훨씬더 심각해 지겠죠, 고유번호까지 발급하고

    전자팔찌를 착용시키는 것들이 일부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측하신 2084년이 어쩌면 조금씩 시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답글삭제
  4. 송준호 :
    지급받는 모바일폰.
    어찌보면 제생각이랑 유사하네요
    저도 생활속유비쿼터스화로인해 지금보다도
    더쉽게 그리고 편리하게 주변에서 항상접하는
    전자기계에서 감시 당하는 체제를 생각했는데
    그런면에서 유사한것같네요

    내용이 분량보다 많긴하지만
    잘읽었습니다.!

    답글삭제
  5. 작성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
  6. 어쩌면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극도로 편해지는 모습이 되겠네요. 편해지는 만큼 부작용이 크다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인것 같네요.

    잘읽었습니다.

    답글삭제
  7. 구영아, 네가 묘사한 내용은 오늘날 거의 대부분 실현되고 있는 것들이구나. 좀 더 파격적인 상상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70년은 과거 700년만큼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금 없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가지고 소설이나 영화를 만들어보면 흥미 있겠다. 강도와 소매치기는 무엇을 훔치지? 신용카드도 없어진다면? 지폐와 동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더 이상 발행되지 않는 지폐와 동전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과거의 우표수집보다 더 수지 많은 투자가 된다. 화폐가 없는 자본주의 세상! 재미 있는 소재가 될 것 같아.

    답글삭제